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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책]상하이, 사라지다 Shanghai Gone

런던 | 신현방 런던정경대(LSE) 교수

상하이 철거민의 고난과 투쟁 10년사

중국 상하이시의 통계를 근거로 유추해보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48만가구, 대략 150만명 가까운 시민이 철거이주 대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03년 기준 상하이 총 가구수가 486만이었으니, 8년 동안 열 집 중 한 집꼴로 각종 개발사업으로 철거이주된 셈이다. 이 통계에는 농민공이라고도 불리는 이주노동자가 제외되니 실제 철거이주된 도시민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 과정을 연구하던 동양사학자 친샤오의 저작 <상하이, 사라지다>(Shanghai Gone: Domicide and Defiance in a Chinese Megacity)는 최근 10년에 일어난 상하이의 도시개발로 인해 집과 일상이 파괴된 보통 사람들의 고난과 투쟁 역사를 담고 있다.

중국 사회주의 정부하에서 재개발은 애초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복지적 성격이 강하였다. 이러한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1990년대 집중된 주택 상품화, 토지 상품화 정책에 기인한다. 국가소유인 토지의 사용권이 시장 거래 대상이 되고, 그 판매 수익이 지방정부 예산 외 재원으로 편입되면서 지방정부가 토지개발에 큰 이해관계를 갖는다. 이로써 도시재개발은 더 이상 복지라기보다는 이윤추구를 위한 수익사업이 된 것이다.

친샤오는 도시재개발이 ‘도시민 거주지의 의도적 파괴’(Domicide)로 귀결된다고 이해한다. 10년 가까운 현지 연구 결과를 집약한 <상하이, 사라지다>는 중국 도시민의 삶과 운명, 투쟁을 여러 주민의 인생사를 통해 풀어낸다. 개별 가구가 투쟁 과정에서 정부 관료나 철거회사, 건설사 등으로부터 겪은 수모, 냉대가 생생히 그려지고, 청원을 하고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감수한 각종 고초와 인내가 묘사되고 있다. 저항을 통해 평범한 유치원 선생님은 고압적 정부기관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직업적 청원자’가 되기도 하며, 평범한 주민들이 문화혁명 당시 슬로건을 역으로 이용하여 권리주장을 펴기도 한다.이 책은 또한 도시 개발로 인한 집의 파괴가 주민에게 물리적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이주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충격 역시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오랜 세월 정들었던 집이 없어지고 마을이 사라지고 도시의 외관이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개인, 가정, 도시의 과거, 기억 역시 지워지는 집단적 기억상실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친샤오가 이들 철거민의 인생 얘기, 투쟁 기록 등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은 단지 철거민의 권리가 도시 발전 과정에서 어떻게 침해당했는지를 전달하는 피해 보고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철거민이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실시 이후, 권리 의식은 어떻게 변하는지, 소유권 개혁과 같은 법적인 변화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개인의 권리 의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 주민의 투쟁이 쌓이고 확산하면서 중국이 좀 더 개방된 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더 개방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친샤오가 풀어내는 지난 10년 상하이 철거 재개발 역사는 한국 도시에도 익숙한 역사이다. 중국에서 강제 철거에 저항하는 주민의 모습은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1980년대 말 유엔인간정주계획(UN-HABITAT)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폭압적인 철거를 자행하는 국가’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선정된 불미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아픔과 상실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임을 한국 철거민 투쟁사가 증명한다. 다큐 <두개의 문>이 그려낸 용산재개발 참사에서 나타나듯이 이러한 아픔과 투쟁의 역사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철거민 가정과 일상의 파괴, 그리고 그들의 저항과 권리의식의 발전을 담담히 기록해 간 친샤오의 노력은 한국 지식인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21200856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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